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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키킹 2 : 서유기 여정의 시작』 감상문

01사금 2025. 2. 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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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서유기』는 드라마로도 중국에서 꾸준히 제작되어 왔고, 영화로 제작된 시리즈도 제법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제가 예전에 보게 된 주성치의 『서유기』 시리즈가 대표적이기도 하고 최근 CG 기술의 발달 덕택인지 새 영화 시리즈가 나왔을 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개봉했다는 소식을 본 바도 있습니다. 그런데 『몽키킹 2 : 서유기 여정의 시작』은  제목이 '몽키킹 2'이니 앞에 한 시리즈가 더 있다는 이야긴데 전 시리즈는 『몽키킹 : 손오공의 탄생』입니다. 사정상 아직 감상은 하지 못한 편이에요. 특이하게도 이번에 감상한 영화 『몽키킹 2 : 서유기 여정의 시작』은 소설 원작에서 일회성 요괴로 나오는 백골부인이 최종 보스처럼 나오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내용 각색이 들어갔을 거라 예상을 했는데 일단 서장은 삼장법사가 종자 두 명을 데리고 양계산에 도착했다가 호랑이에 쫓기는 것으로 시작을 해서 원작의 장면과 유사해 보입니다.

다만 영화에서는 호랑이를 없애주는 사냥꾼 진산태보 유백흠이 등장하지 않고 종자들은 소설처럼 일찍 요괴들에게 살해당하는 게 아니라 호랑이한테 쫓기다가 말을 구해달라는 어처구니없는 부탁을 하는 삼장을 내버려 두고 자기들끼리 도망을 가는 것으로 묘사됩니다. 이렇듯 영화상에서 삼장에게 휘말려 죽는 외부인이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 현대인들에겐 엑스트라라 하더라도 애꿎은 인간이 주인공의 민폐로 죽는 것이 거북하기에 이런 식으로 개그씬으로 순화하여 묘사를 하였는가 싶었습니다. 하여간 삼장법사는 양계산에서 손오공을 만나 그를 풀어주고 호랑이의 위기를 벗어나는데 여기서 응수간에 도착하여 용마를 얻는 것은 어느 정도 각색이 약간 들어가도 원작의 틀을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내용이 달라지는 것은 다른 두 제자 저팔계와 사오정을 만나는 부분부터인데요.

원작에서 각기 다른 에피소드에 등장했던 것과는 달리 여기선 한꺼번에 제자로 들이게 되며 그 성격도 원작의 묘사와는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저팔계는 원작에서 자신이 못생긴 것을 아는 반면 영화 저팔계는 자신을 잘생겼다거나 귀엽다거나 여기는 왕자병 기질이 좀 있어 보이고, 사오정은 순박하다 못해 약간 어리버리한 태도를 보이기도 하고요. 아, 물론 저팔계의 여자를 밝히는 성질이나 삼장을 먼저 챙기는 사오정의 성격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삼장의 성격도 원작의 유약한 면도 있지만 허당끼가 좀 보이는 면이 추가되었고요. 영화는 아무래도 CG 기술이 발달한 할리우드 영화에 비하면 종종 그래픽 티가 난다거나 하는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편입니다. 하지만 내용 진행이 좀 빠른 편이라 주인공들의 행동이 설명이 좀 부족하거나 뜬금없다 여겨진 부분도 없지 않았어요.

예를 들면 백골부인을 만난 삼장이 그를 일단 교화하겠다고 결심하는 모습이나 백골부인에게 붙잡힌 삼장을 구하기 위해 사오정이 용마랑 같이 떠나는데 백골부인이 사는 곳을 어떻게 알았는지 설명이 안되어 좀 개연성이 떨어진다 싶기도 했습니다. 전반적으로 내용 진행이 빠르게 되기 때문에 인물 묘사가 생략되는 느낌이 없지도 않았고요. 그런데 요괴 소굴을 찾아 떠나는 장면은 소설에서도 우연적인 상황이 많거나 그게 아니면 토지신을 닦달하는 경우가 많기는 해서요. 이 장면이 보는 관객들에게 거북할 수 있거나 너무 자잘한 설정에 가까워서 빼 버린 듯한데 영화에서 관음보살을 제외하면 다른 신령들이 거의 등장하지 않는 것도 특징이라 할 수 있겠네요.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은 백골부인이 등장하는 백호령 에피소드와 후반 비구국 에피소드를 합친 것 같았는데 백호령 에피소드 자체가 손오공의 파문으로 이어지는 갈등의 최고점을 찍기 때문에 극적이라 여겨져 각색이 많이 되는 걸까요? 

제가 본 드라마에서도 영화에서도 백호령의 백골부인이 허투루 다뤄지는 경우는 없었는데 여기서 영화는 백골부인에게 원래 인간이었으나 흉년 때문에 인간들에게 요괴로 몰려 제물로 바쳐졌고, 그가 아이를 납치하여 잡아먹었다는 것도 실은 왕국에서 꾸민 거짓말로, 저주 때문에 몸이 상한 왕이 백골부인을 사칭하여 아이들을 납치 그 피를 섭취했다는 설정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왕이 왜 저주를 받았는지는 설명이 되지 않는데 아무래도 뉘앙스 상 백골정의 저주를 받은 것처럼 보여 막판 결말을 보면 서국(백골부인이 습격한 왕국 명칭)의 왕은 악행을 저질렀어도 저주는 풀렸을 거라고 추측되더라고요. 보통 소설의 내용이 손오공의 활약에 치중하는데 반면 영화에선 손오공과 삼장 사이의 갈등이 부각되고 요괴의 사정을 짐작한 삼장이 그를 구제하고 싶다는 데 초점을 맞춥니다.

막판에 실제로 삼장의 희생으로 백골부인의 영혼을 구제하는 등 이 둘의 이야기가 중심에 있기 때문에 아쉽게도 나머지 주역들의 비중은 좀 미미한 편입니다. 원작 백호령 에피소드에서 삼장과 오공을 이간질한 것은 팔계요, 방관한 것은 오정이었지만 영화에선 오히려 이 둘이 손오공의 편을 들어주는 등 호의적으로 묘사되곤 하나 후반 요괴와의 싸움은 거의 몽키킹 손오공의 무쌍인지라... 원작에서 백호령에서 보상국으로 이어지는 에피소드에서 등장하는 주역들 팔계, 오정, 용마가 제각기 한 번씩 활약을 했던 것을 생각한다면 이 셋의 역할이 줄어든 것은 좀 아쉽다고 할까요. 그래도 전반적으로 흥미롭게 본 영화였습니다. 손오공의 성격도 각색된 영상들마다 각각 다르다고 여겨지는데 제가 감명 깊게 본 2010년도 드라마 『절강판 新서유기』의 손오공은 장난꾸러기 애 같은 부분이, 2011년도 『장기중판 新서유기』 드라마의 손오공은 자비심이 있고 차분한 성격이 부각된 편이었습니다.

반면 영화 주성치 『서유기』 시리즈인 『서유기 월광보합』과 『서유기 선리기연』의 손오공은 사랑이라는 감정에 흔들리며 성장하는 인간적인 면모가 두드러지며 원작과는 다른 방향으로 재창조된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영화의 손오공은 성급한 성격 탓에 호전적으로도 보이지만 긴고아주에 시달리면서도 요괴에게서 삼장을 지키는 완고하고 충직한 면도 두드러집니다. 그런데 어느 작품의 손오공이든 그 성격의 전반적인 베이스는 할 말 다하고 자기가 옳다고 믿으면 그것을 밀어붙이는 등 기본적인 『서유기』의 손오공 성격에서 크게 벗어나진 않는 것 같네요. 또 손오공 역에 잘생긴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도 공통적인데 이 영화 『몽키킹 2 : 서유기 여정의 시작』의 손오공 같은 경우는 옆에서 TV를 같이 보던 저희 어머니가 원숭이에 뭐 저리 잘생긴 사람을 캐스팅했냐고 한마디 하셨을 정도.

그리고 영화 상의 특징으로 주변 인물들에게 특기가 하나씩 더 부여되었다는 점인데 앞서 언급했듯이 손오공의 성격 차만큼이나 이 둘, 식탐+여색가인 팔계나 충직한 성격의 사오정은 기본적으로는 비슷하되 각기 매체들에서 캐릭터 해석이 상당히 달라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작에서 잠깐씩 언급되는 저팔계의 변신 능력은 여기 영화에서 주요하게 등장하고요. 무기인 쇠스랑보다 오히려 거대화가 더 특징이라고 할까요. 사오정 역시 무기 항요장을 쓰는 것 말고도 모래를 조종하는 특기가 부여된 것은 덤으로 단순 모래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모래를 원하는 형태로 바꾸어 요괴를 압박하는 것으로 묘사되더군요. 그리고 후반 진중한 장면이 치중된 것과는 달리 초반엔 개그씬이 많이 등장하는데 제일 웃겼던 장면은 백골부인과 마주친 저팔계가 그에게 싸움을 걸면서 "내가 지면 너에게 장가를 들어주고 내가 이기면 나에게 시집을 와라!"라고 말하는 장면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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