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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22

[괴담 : 열 줄 소설] 23. 장난 23. 장난 인터넷을 떠도는 괴담 중에는 그런 이야기가 있었다. 아무도 없는 방의 문을 두드리면 안에 있는 보이지 않는 누군가, 말하자면 유령이나 귀신 같은 존재가 대답하거나 같이 문을 두드린다는 이야기가. 청소가 끝나고 숙소의 빈방에서 나오던 진열은 무심코 그 이야기를 떠올렸다. 갑자기 쓸데없는 장난기가 치민 진열은 문을 등진 상태로, 누가 봤다면 방의 문이 잘 닫힌 건지 확인하는 정도로만 소리 나게 문을 세 번 두드렸다. 그러자 오늘따라 손님이 없어 적막한 복도와 방에는 문이 울리는 소리가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다 가라앉았다. ‘역시 그런 게 사실일 리가 없지.’ 진열이 자기가 생각해도 바보 같은 짓을 한다며 속으로 웃고는 그대로 그 자리를 뜨려고 하던 순간이었다. 똑- 똑- 똑-! 그때 정확하.. 2025. 10. 29.
[괴담 : 열 줄 소설] 19. 안개 낀 날 19. 안개 낀 날 마치 눈이라도 깔린 것처럼 사방에 안개가 자욱하게 낀 밤이었다. 가까이서 가로등의 불빛이 희미하게 빛나긴 했지만, 사방에 깔린 부연 안개는 평소와는 달랐던지라 밤길을 걸어가던 유진은 미묘한 기분에 심장이 평소보다 빨리 뛰는 것 같았다. 거기다 아까부터 뒤에서 시선이 느껴지는 기분에 유진은 오싹함을 숨기지 못하며 발을 재촉했다. 선뜻 뒤를 돌아볼 생각은 못 하면서도 주변에 귀를 기울이던 유진은 분명 인기척은커녕 그 흔한 자동차 한 대도 바로 옆의 도로를 지나가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왠지 안개 속에 혼자 있는 것 같다는 생각에 으스스해진 유진은 힐끗 곁눈으로 뒤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그는 뒤에서 팔을 기다랗게 뻗은 하얀 사람이 휘청거리며 자신을 쫓아오는 모습을 보고 말았.. 2025. 9. 20.
[괴담 : 열 줄 소설] 18. 갑자기 18. 갑자기 방에 있던 수민은 TV를 켠 순간 뒤에서 오싹한 기분이 몰려드는 느낌에 저도 모르게 그 자리에서 그대로 굳어버렸다. ‘갑자기 뒤에서 여자가 나타났어.’ 가끔 수민은 이 원룸에서 다른 존재가 느껴진다는 느낌을 종종 받았지만, 결국 자신의 착각이라고 생각하고 넘어갔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유령처럼 나타난 여자가 방 청소를 하듯 몸을 숙이고 꾸물거리는 모습을 곁눈으로 목격하고는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 왠지 평범한 일이 아니라는 생각에 그가 할 수 있는 건 최대한 모르는 척, 여자가 사라지길 바라며 TV 화면을 쳐다보는 것뿐이었다. 수민은 미처 몰랐다. 수민이 그렇게 두려움에 질려 TV를 보는 척하는 동안 민영 또한 정말 기겁할 수밖에 없었다는 사실을. 민영은 새 원룸으로 이사 오고 난 뒤.. 2025. 9. 12.
[괴담 : 열 줄 소설] 17. 저주 17. 저주 민규는 그저 사소한 앙심을 담아, 일종의 화풀이로 인형을 송곳으로 찔렀다. 진짜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강렬한 원한보단 그저 거슬리는 녀석에 대한 하찮은 원망이 다였고, 싫은 녀석을 떠올리며 인형의 가슴을 송곳으로 찌른 것은 스트레스 해소에 불과할 뿐이었다. 물론 남들이 보기엔 불도 켜지 않은 으슥한 방 안에서 낄낄거리며 인형을 찌르는 민규의 모습은 음침하고 기분이 나쁘다고 할 수 있었다. “윽-!” 그렇게 민규가 방에 틀어박혀 애꿎은 인형에게 화풀이하고 있을 무렵 길을 걸어가던 성준은 갑자기 가슴 부근에서 약간의 통증과 함께 숨이 막히는 기분을 느꼈다. ‘예전에는 이런 적이 없었는데?’ 성준이 처음 느껴보는 그 통증은 날카로운 물건으로 가슴을 찌르는 것 같은 감각이었고, 가슴 부근을 .. 2025. 9. 10.
[괴담 : 열 줄 소설] 16. 혼잡과 날카로움 16. 혼잡과 날카로움 “다음 내리실 역은 XXX역, XXX역입니다.” 진영은 오늘따라 지하철에 사람이 많다고 느꼈고, 지금 발 디딜 틈조차 없다 여기면서도 어떻게든 사람들 사이를 비집어 공간을 만들기 위해 몸을 비틀었다. 그러다 앞에 있는 누군가와 몸이 부딪혔고 순간 옆구리가 욱신거리는 걸 느끼며 진영은 저도 모르게 얼굴을 찌푸렸다. 하지만 곧 그는 앞에서 모자를 쓴 채 얼굴이 잘 드러나지 않는 창백한 남자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사실에 당황하고 말았다. “죄, 죄송합니다…!” 당황한 진영이 급하게 사과했으나 남자는 별 반응 없이 그를 바라보다 이내 내리는 사람들에 섞여 썰물처럼 그 자리에서 사라져 버렸다. 남자의 태도에 뭔가 황당함을 느낀 진영이 조금 넓어진 공간에 안도를 느낄 참이었다. 그 .. 2025. 9. 9.
[괴담 : 열 줄 소설] 15. 수호령의 외침 15. 수호령의 외침 쿵쿵쿵- 자정이 넘은 시간 현관문을 일정하게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문을 좀 열어달라는 목소리가 희미하게 들리자 소현은 약간 의문을 품으며, 몸을 일으켰다. “누나, 문 좀 열어주세요.” 곧 현관 앞으로 다가간 소현은 이내 자신을 누나라고 부르는 어린아이의 목소리에 이상하다고 생각을 하면서도, 저도 모르게 문고리에 손을 뻗었다. 잠에서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정신이 혼미한 점, 그리고 밖에서 들려오는 것이 어린아이의 목소리라는 사실과 자신을 친하게 부르는 호칭에 저도 모르게 긴장이 풀린 탓이리라.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열지 마!” 그때 소현이 번뜩 정신을 차릴 정도로 강렬하고 단호하면서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무겁고 진중한 목소리가 집안을 쩌렁쩌렁.. 2025.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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