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유적 읽다 가다 보다』 감상문
지난번에 리뷰한 『30만 원으로 삼국지 따라 떠나는 중국여행』은 가이드 목적이 더 강하기 때문에 사진 자료가 작고 관광지에 대한 부수적인 설명이 많다면 이 『삼국지 유적 읽다 가다 보다』는 유적에 얽힌 의미나 역사성, 관련 삼국지 일화와 그에 관련된 감흥에 대해 더 초점이 맞춰진 거 같아요. 일단 책의 크기가 다른 책들보다 큰 편이고 컬러페이지라서 삽입되어 있는 사진들 역시 시원시원한 느낌이 드는 게 많습니다. 참고로 책에 인용되어 있는 『삼국지연의』 번역본은 『황석영 삼국지』로 온전히 한 부분을 옮긴 게 아니라 큰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축약시킨 편입니다.
책에서도 지적하듯이 『삼국지』 관련 유적은 실제 정사와 관련이 있는 유적도 있지만 거의 연의의 유명세에 기대거나 후대의 사람들이 그와 관련한 유적을 만들어낸 것 또한 많으며, 특히 관제묘나 제갈량을 기리는 유적들이 많은 편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관우를 신으로 모신 관제묘 중 가장 유명한 곳이 세군데인데 관우의 머리가 묻힌 낙양의 관림, 당 양에 손권에 의해 몸이 묻혔다는 관릉, 관우의 고향인 해주에 위치한 해주 관제묘 이 세 가지라고 하는데 관제신앙은 중국민중의 어떤 일면을 담고 있기에 흥미롭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관중의 『삼국지연의』를 바라보는 책의 관점은 연의가 원말명초에 완성되어 이민족의 지배에서 중화주의적인 사상을 고취하기 위한 방도였다고 보고 있기도 하지만, 단순 중화주의로 바라본다면 『삼국지연의』가 중국 말고도 다른 나라에서 사랑받는 이유를 해석하긴 어려워진다는 생각이 들어요. 좀 더 민중적인 것이 담겨있다고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책에서는 이런 유적들을 설명하면서 『삼국지연의』의 어떤 부분과 관련이 있는지 삼국지 인물들을 현대인들이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도 살펴보고 있어요. 보면서 어떤 유적지는 안된 것이 관광지로써 이제 막 개발이 되거나 아니면 관리가 덜 되어 있어 방치되다시피 한 곳도 몇몇 군데가 보인다는 점입니다.
책에 실린 유적들에는 『삼국지』의 명장면이나 유명인물들을 현대인들이 조각으로 되살리거나 묘사한 것들도 많은데 굉장히 근사한 모습으로 새겨진 조각이 있는가 하면 굉장히 익살스러워보이는 조각상도 많습니다. 책에 등장하는 조각상 중 역시 가장 많은 숫자를 차지하는 것은 관제묘만큼이나 많은 관우상이고 그다음으로 장비상이나 조운상 등 유명장수들의 상이 있고 제갈량도 매우 사랑받고 있거니와-어떤 의미에선 주군인 유비보다 더욱!- 주유나 조조의 상도 멋있게 새겨져 있습니다. 그리고 특별히 상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손권묘도 보존되어 있는데 이것은 명대 주원장이 손권을 존중하여 그 묘를 보존케 한 덕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특이하게도 『삼국지』 후반을 장식하는 주인공인 강유는 현대인들에게 각박한 평가를 받아 그를 기리는 유적지가 별로 없고 방치되다 시피 한다는 점입니다. 단순 삼국지의 주역들만이 아니라 책에서는 『삼국지연의』의 저자인 나관중과 관련된 유적도 살펴보고 있는데 당시 사람들뿐만 아니라 현대인들에게도 즐거움을 안겨준 『삼국지연의』의 창시자이니만큼 그 유적도 빼놓을 수 없겠지요. 나관중에 관련된 사료는 적고 유일하게 전하는 자료로써 전해지는 것이 『녹귀부속편』이라고 합니다. 이 것에 관해선 『본삼국지』 부록에서도 자세히 다룬 바가 있지요. 재미난 것은 책의 참고자료로 마지막 페이지에 실려있는 저서들에는 제가 알고 있는 책이 몇 권 있어서 반가웠다는 점입니다.